17년 7월의 단상 독백의역설

0.

언젠가 A 교수님과 점심을 먹었을 때의 일이다. 내가 그 날의 그 장면을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당시의 나에게는 색다른 관점이어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그 날은 가을이었고, 교수님은 관악산을 배경으로 하고 앉아계셨다. 서너명이 둥근 철제테이블을 두고 앉아있었는데, 늦은 점심(겸 저녁)을 먹어서인지 나른한 기분이 들었다. 시덥잖은 몇가지의 대화가 오고가다 뚝하고 정적이 생겼다. 정적 가운데 문득, 교수님이,

나는 똑똑한 사람이 부러워, 똑똑한 것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아니야, 똑똑한 것은 ..험한 세상에서 남들보다 좋은 무기를 장착한 것과 같아,

라는 말을 혼잣말처럼 하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른한 기분이 사라지고, 그 말을 곰곰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가끔씩.



1.

짧은 인생경험이지만, 내가 아하, 하고 감탄했던 사람들에게서
번져나오던 똑똑함은... 올바르게 성실하거나, 약삭빠르게 꾀를 부리는 것과 다른, 남다른 사고와 그에 대한 확신이 빚어내는 결과물 같다. 지독하게 목표지향적이기도 하고. 어쨌든 그 것은 일평생 지속되는 불변의 성질이라기보다는, 한 인간의 끓어오르는 욕망과 자존심과 경험과 통찰이 결합되어 생기는, 한 시기의 또는 한 분야의 가변적 기운 같기도 하다.

똑똑한 학생은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공부를 하고, 똑똑한 대학원생은 교수가 되기 위한 논문을 쓰며, 똑똑한 직장인은 자기가 돋보이고 상사가 의존할 법한 보고서를 만들었다. 똑똑한 상사는 부하의 동기가 무엇인지를 알고 자극하며, 스스로를 따르게 만든다, 고 느꼈다. 반면, 똑똑하지 않은 학생은 스스로가 만족하는 공부를 하고, 똑똑하지 않은 대학원생은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의 논문을 쓰며, 똑똑하지 않은 직장인은 상사가 돋보이는 보고서를 주구장창 수정을 받아가며 쓴다. 똑똑하지 않은 상사는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에 몰입한다, 고 느꼈다. 방법을 아는 것이 똑똑함 인데, 방법을 알기도 전에 하나의 순간이나 역할놀이에 만족하는 사람은 거기서 그치고 마는 듯 했다.

그래서 같은 노력을 해도, 외부의 평가는 똑똑한 사람에게 긍정적이고, 똑똑하지 않은 사람에게 부정적이다. 결국 똑똑함이란 것은 외부의 인정에 기반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므로, 자기 만족만이 가장 중요하다, 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구지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할 필요가 없는 특성이기도 하다.




2.

일반화할 수 없는 사례이지만, 나는 똑똑함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특성의 가장 주된 근원은 욕망이라고 느꼈다. 질기고 독한 욕망이 마음과 머리에 또아리를 틀지 않으면, 아이처럼 순하고 착하게 지내고 싶은 것이 사람이니. 그런데 욕망은 결핍의 땅에서 자라나니, 게임하듯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마음 어딘가에는 지속적인 결핍과 불안을 토대로 욕망을 키워나가야만, 똑똑하게 생존할 수 있는 것 같다. 욕망을 갖는 의지적 인간이 되는 일도 쉽지가 않다. 많은 것들이 신 포도로 보이기 시작하는 나이의 시기를 넘어서면..


오늘의 감사 하루의 감사

내가 한없이 초라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는 내 곁에서,
너는 가장 빛나고 예쁘고 귀여운 사람이라고 말해줄 것을,
의심없이 믿는다.

절박한 마음이 내게는 달려나가는 원동력인데,
순간순간 멈춰서게 되네.

불안을 지불하고 얻는 얄팍한 성취와
안정을 토대로 얻는 소소한 기쁨.

나는 앞으로도 그에게  말하지 않겠지만,
이런 행복을 알게 해주어서 고맙고 감사해.


햇살같은 웃음.





프리랜서의 일상 독백의역설


은, 나태해지려는 나와의 싸움을 전제로 한다.




회사를 그만둔 지 한달하고 십일. 독백의역설

0.

5월 25일로 퇴사를 하였으니, 한달하고 10여일이 지났다.
그 동안,
새로 하게된 일의 사무실에서 작업을 수차례 뒤엎으며 다시 하고, 어느 정도 길을 잡았다.
운동을 시작했고, 카약을 두 번 했고, 그림을 하나 그렸다.
대출금을 일부 갚았고, 하던 부업의 정리작업을 마쳤다.
그리고 불안함이 사라지고 지금의 일상에 익숙해졌다.


1.

자칫하면 게을러지기 쉬운 시기.
나를 잡아주는 것은 단순화된 일상과 목표에 대한 욕심과,
나의 선택을 걱정하며 불안함을 키운 사람들의 욕망을 비틀고 싶은 오기일 것이다.



2.


주어진 기간은 6년.
생각해도 반짝거린다는 느낌이 없는 일상의 목표를 버리고, 화려한 삶이 가능할 수 있는
희박한 가능성을 선택했다.
절박해지지 않도록 하루에 성실하고, 플랜비를 다져둘 것.



3.

하루의 루틴을 잃지 않는다.
습관처럼 일을 한다.
지출을 줄인다.
몸과 마음, 머리를 단련한다.





일상의 단상 독백의역설

0.

인생의 목적이 반드시 행복, 이라고 생각치 않는다.


1.

혼자 있는 것이 좋다.
책임과 의무, 기대를 벗어나 오롯이 혼자 있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과 해방감.


2.

내가 바라는 것이며, 또한 수단이 아닌 목적인 삶.

[2017] 05.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타인의시선

-우에노 지즈코, 미나시타 기류, 동녘

* 지금은 비혼시대

- 결혼하면 여자는 시간을 잃고 남자는 돈을 잃는다는 거죠. 정말 명쾌한 결론이에요. 여자가 시간을 잃는다고 느끼는 건 가사와 육아는 전부 여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결혼관 때문이고, 남자가 돈을 잃는다고 느끼는 건 남자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결혼관  때문이라는 얘기죠. 야마다 마사히로는 남자가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가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남성 생계 부양자형 모델'과 같은 보수적인 결혼관을 유지하는 남녀일수록 비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 결국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를 그럭저럭 하는 편이지만 경력을 제대로 쌓을 자신은 없는 층이죠. 불안을 없애려고 결혼해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 사회가 뛰어난 커리어를 지향하지 않는 젊은 여성이 안정될 수 있도록 인정해주거나 자신감을 심어주지 않거든요. 이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 싱글사회와 저출산 시대를 맞이하다

- 의욕이 왕성하고 능력도 좋은 여성들이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에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는 사태가 생기죠. 이 여성들이 협력하는 공범관계로 지금의 시스템이 유지되고요.

- 능력있고 일 잘하는 여자들이 정말 능력있고 일을 잘해서 남편을 봐주는 게 아니에요. '억척스런 엄마'처럼 남편을 대할 뿐이죠. 여자들이 전통적인 담론을 자원으로 삼아 자신을 위로하려고 쓰던 말이 있어요. "하는 수 없네. 우리 집에 보살펴야 할 큰아들이 또 하나 있네' 라고요.


* 비혼시대 가족의 초상, 부모자식관계의 진실은?

- 일본에서 부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사이가 좋기 때문이 아니에요. 관계를 포기한 부부 생활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어요. 정확히 말하면 관계를 포기한 여자와 관계에 둔감한 남자의조합이 현재 부부생활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어요. 이 점을 고려하면 왜 결혼이 늘어나지 않는지 이유가 간단하죠. 결혼이 조금도 부럽지 않은 거에요.


* 패배한 남성, 성장한 여성 문화

- 결혼이 더는 생활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결혼이 생활 보장재인 상황에서는 못된 남자든 아니든 여자는 선택할 수가 없어요. 이제 집에 돈만 갖다주면 남편의 역할을 다한 거라고 보는 시대도 아니고요.

- 결혼이 선택지가 될수록 결혼은 능력주의와 연동하게 됩니다. 그러면 남성에게 결혼은 이해하기 쉬운, 일종의 순위를 매기는 질서가 되죠. 여자보다 남자가 이성에게 인기가 없다는 사실에 굉장한 패배의식을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일 테고요.

- 남자라는 사실 하나로 노력하는 것 없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여지교. 여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기를 인정해주는 여자가 좋은 거에요. 자기가 남자기이 위해서 여자가 필요한 거구요.  ... 지금 남자들이 인기가 없다고 고민하는 것은 여자들한테 졌다, 인정받지 못했다,이전에 남자들 사이에서 졌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인기 없는 남자들이 강한 남자한테 분노하면 좋을텐데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한테 분노하는 거죠.

- 어떤 측면에서 인기가 없는 사람이 살아가도록 사회가 허용하지 않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연애하고 결혼하는 풍속이 뿌리깊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이성과 연애도 결혼도 못 했다. 그래서 뭐가 잘못됐냐." "대체 뭐가 문제냐"고 받아치며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 비혼시대의 섹슈얼리티를 이야기하다.

- 상처받지 않으려고 감수성을 둔감하게 단련하죠. 그 방법이 남자의 둔감함을 용인해주는 포용력 같은 것이고 동시에 굉장히 '남자다운' 거에요.  ... 이중기준을 잘 쓰는 남자들한테 이용당하는 편리한 여자들이 나타난 거에요.

- 이성애가 섹슈얼리티 문제인 것처럼 생각하는데요, 이성애를 '이성애 정상성'으로 파악하면 이성애는 사회규범에 지나지 않아요. 그러면 전에는 왜 모두 결혼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텐데요, 이성애자라서 결혼한 거라는 답은 틀려요. 실은 이성애 정상성이라는 사회규범이 있고, 남자가 여자없이 생활하지 못하고 여자가 남자없이 살아갈 수 없게 한 사회경제적 상황이 이성애 정상성을 받쳐준 거죠. 이런 게 인프라로 깔려 있으니 모두 결혼한 건데, 그 기반이 무너지면 이성애 정상성을 유지할 근거가 없어져요. 저는 이성애 정상성도 의외로 기반이 약해서 간단히 무너질 수 있다고 봅니다.

* 비혼시대, 어떻게 살아야 할까?

-  결혼하지 않고 혼자 지낸다는 것이 고립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싱글이라도 만날 사람이 있으면 됩니다. 그러려면 노하우와 스킬이 필요한데, 이것은 배우면 되요. 제가 아는 사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혼자 지낸 시간이 긴 이들은 사람을 만나 사귈 때 노력을 해요. 오히려 가족이 있는 사람을 보면, 이 사람은 가족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 걱정스러울 정도에요.

- 이기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감사 독백의역설

지금 내게 온전하게 쓸 시간이 있다.

미련이 없을만큼 최선을 다해 일했다.

불안하지만 기대가 되는 일을 시작하였다.

진입한 상태치고 지원이 괜찮다.

급한 대출금을 대부분 상환했다.

선량하고 따뜻하며 신뢰할만한 사람이 언제나 나의 곁에 있다.

책임질 것이 없다.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고, 감화되어 기도하게 되었다.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내 집이 있다.

지금 나는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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